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김범석지음/흐름출판사)를 읽고 있다.
우연히 접한 책
우연히 접한 책인데, 서울대학교 암병동 종양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이 저자였고 그래서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한 편의 이야기가 서너 장을 넘지 않아, 아침마다 한두 편을 읽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된 지 며칠째가 되었다. 아직 반도 다 읽지 않았지만 블로그에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베스트셀러였다. 읽다보니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의 글은 읽는 맛이 있어서, 죽음 앞에 놓인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느끼는 그 복잡한 감정을 잘 전달해 주신다. 어느 아침에는 잠도 깨기 전에 울컥해지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
책의 반절을 읽어가는 지금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이야기는 두 어개정도다. 하나는 사이가 좋지 않은 형제에 관한 이야기다. 사이가 좋지 않아 연락이 끊긴 형에게 2억을 빌 린동생과 암말기의 형의 만남에 관한 내용이다.
모두가 예상하는 감동적인 결말 대신 현실이 거기에 있었다. 죽음을 지켜봐 줄 보호자가 긴급히 필요한 정도의 암환자이던 형은 몇 년 만에 얼굴을 보게 된 동생을 보고 "내 돈 2억 갚아라"라고 해서 주변을 크게 당황시켰다는 내용이다. 그 둘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런 게 리얼 현실이지 이런 생각을 했다. 죽음을 앞둔상황에서도 현실은 현실이다.
또 다른 내용은 암을 극적으로 이기고 본업에 복귀한 중년의 가장이 세상을 다르게 보면서 '행복'이라는 걸 느끼고 살고 있다는 건데, 그 와중에 다른 이들의 행복까지 신경 쓰는 바,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도 했다는 거다. 책에서는 짧게 나왔지만 내게는 강렬했다. 그 가장분이 며느리들이 싫어하고 아들을 괴롭힐게 뻔한 '제사'를 없앴다는 내용이 나는 감동적이었다. 혹은 제사라는 건 아직도 죽음 앞둬야만 없앨 수 있는 정도인 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가슴 아팠던 내용
오늘 읽은 내용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앞에 둔 열다섯 살가량의 학생을 보고 저자가 느낌 감정이었다. 의사 선생님도 쉽지 않게 사셨는지 가족에 관한 한 하루끼보다 명언을 많이 남기실 것 같을 정도였다.
핏줄들은 하나같이 나를 괴롭혔지만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이런 문장들.
아버지의 부재가 예상되는 소년을 보면서 저자는 자신의 어렸던 시절에 어른들이 어떤 조언을 해주고 도움을 주었으면 힘이 되었을까를 반문하면서 돌아본다. 그리고 만약 힘이 되는 조언을 받았더라면 덜 외로웠을 거 같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울컥했다.
오월의 아침에는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을 아껴가며 읽을 예정이다. 집 밖에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책이라 기록한다.
'마이원의 낭만컬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드시와 반듯이 구별하는 법 (0) | 2023.04.29 |
---|---|
나의 우울함을 덜어준 책, '마흔의 우울' (1) | 2023.04.29 |
제주 숙소 12곳(호텔, 게스트하우스, 펜션, 리조트 등 15박의 기록) (0) | 2023.04.28 |
도사들의 봉우리를 찾아서, 도봉산 등산 초보 후기 (0) | 2023.04.24 |
시와 모험과 풍경이 있는 수락산의 초보 등산 코스 추천 (0) | 2023.04.23 |